조금 다른 우리들이 친구가 되는 방법

“내 친구 카를로는 슈퍼 영웅이에요. 하지만 슈퍼 카를로는 다른 슈퍼 영웅들과 달라요.

그냥 조금 특별한 선글라스를 쓸 뿐이지요.”

《내 친구 슈퍼 카를로》는 시각 장애를 가진 카를로의 이야기예요. 단짝 친구 앤디가 바라보는 카를로의일상을 그려낸 그림책이지요. 보통 비장애인은 그들의 관점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며 배려하고 도와야 할 대상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들을 도우려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지요.

그런데 앤디는 오히려 단짝 카를로가 가진 뛰어난 점에 대해 놀라워해요.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발달한 다른 감각들을 슈퍼 영웅 같은 능력이라 여기지요. 아주 작은 소리도 잘 듣고, 예민하게 맛을 알아채고, 얼굴만 만져 보고도 누구인지 알아맞히고, 냄새까지 잘 맡으니까요.

이 그림책은 앤디의 눈을 통해 장애 친구의 어려움과 문제를 강점과 능력으로 표현함으로써 누구에게나 강점과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어떤 이에게 강점이 다른 이에게는 약점으로 나타날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장애를 가진 친구의 특성은 개개인의 특별한 면일 뿐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지요.

앤디는 카를로를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자신과 다른 능력을 가진 슈퍼 영웅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카를로에게 꼭 필요한 건 바로 다름을 이해해 주고 일상을 함께해 주는 친구예요. 간식을 나눠 먹고, 자전거를 타고, 책을 읽으며 이야기할 그런 친구 말이에요. 장애를 딛고 언제나 밝으면서도 긍정적인 카를로와 그런 친구를 멋지고 대단하게 생각하는 앤디의 우정은 추운 날의 손난로처럼 따스함을 전합니다.

이 그림책은 장애 친구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무조건 도와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기 보다는, 친구의 능력을 응원하고 칭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지요. 그리고 장애를 가진 친구나 다른 장애인을 어떻게 대하고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요.

선명한 색감과 단순한 그림체로 담아낸 슈퍼 영웅의 이야기

《내 친구 슈퍼 카를로》의 그림을 그린 리우나 비라르디는 최소한의 색과 도안으로 그림을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예요. 작가는 독특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볼로냐 도서전과 모스코 도서전 등 각종 도서전에 후보로 선정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요. 《내 친구 슈퍼 카를로》도 빈틈없이 꼼꼼하게 그리는 배경 대신 단순하게 표현한 인물과 사물을 주로 빨강, 파랑, 노랑 등 3원색으로 밝고 활기차게 그려냈어요. 덕분에 카를로의 모습과 특별한 능력이 더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었지요.

아이들은 누구나 슈퍼 영웅이 되기를 꿈꾸어요. 슈퍼 영웅은 멋진 차림새와 무시무시한 슈퍼 파워로 악당들을 당당히 물리치기 때문이에요. 이 책의 글을 쓴 작가 다니엘레 모바렐리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겪으며 아킬레스건을 가진 슈퍼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해요. 여러 장애를 가진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약점 때문에 원하는 걸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 주고 싶었던 거예요.

우리는 저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어요. 멋진 슈퍼 영웅도 못된 악당도 모두 약점이 있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그 약점을 불만과 상처, 두려움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꽃피울 때 우리는 누구나 슈퍼 영웅이 될 수 있답니다. 시각 장애가 있지만 오히려 다른 감각들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카를로처럼 말이에요. 슈퍼 카를로에게 시각 장애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에요. 오히려 슈퍼 카를로의 다른 장점들을 발견해 더욱 빛나게 해 주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읽으며 강점과 약점에 대해 생각하고 얘기해 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어떤 가능성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요. 그럼 누구나 자신이 가진 크고 작은 약점을 딛고 저마다의 슈퍼 영웅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른 이들의 약점에 대해서도 관대해지고 모두를 슈퍼 영웅으로 대하지 않을까요?